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77

마더! 영화 리뷰 (상징성, 공간 스트레스, 성경 알레고리) 손님이 며칠째 집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예전에 지인이 예고 없이 찾아와 며칠을 묵은 적이 있었는데, 처음엔 괜찮다 싶었는데 이틀쯤 지나자 제 공간이 아닌 느낌이 들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영화 마더!를 보면서 그때 그 감각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마더가 느끼는 감정이 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공간이 무너질 때 오는 심리적 압박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상징성으로 가득한 공간 스트레스,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까마더!는 일반적인 스릴러 문법을 따르지 않는 작품입니다. 이른바 알레고리(allegory)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인데, 알레고리란 표면적인 이야기 뒤에 다른 의미를 숨겨두는 문학적·영화적 기법을 말합니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 2026. 7. 21.
곡성 10주년 (외지인, 믿음과 의심, 공성전) 곡성이 개봉한 지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 어딘가에서는 "무명이 선인가 악인가", "외지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결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계속 되돌렸습니다. 10년이 지나도 해석이 갈리는 영화, 도대체 곡성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외지인은 단순한 악령이 아니다영화 속 외지인을 처음 본 관객이라면 "그냥 나쁜 귀신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다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합니다.초기 시나리오에 따르면 외지인의 이름은 나카무라 히데오시로, 일본에서 수십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1946년 한국으로 도주한 인물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2016년을 기준으.. 2026. 7. 19.
영화 호프 리뷰 (세계관, 외계인, 결말)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이 손을 잡는 순간, 문득 조르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다 보니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단순한 SF 설정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인간과 외계인의 충돌을 다루는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계속해서 뒤집는 작품입니다. 엔딩을 보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피해자와 가해자, 영화가 관점을 뒤집는 방식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는 당연히 인간 편이었습니다. 바미기르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직관적으로 공포스럽고, 그가 괴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깁니다. 그런데 냉동고 안에서 칼리의 시신이 발견되는 순간, 영화가 만들어 놓은 전제가 완전히 무너집.. 2026. 7. 18.
영화 스트롱거 (실화 드라마, 영웅 서사, PTSD 회복) 갑자기 삶이 통째로 뒤집힌 적이 있으십니까. 계획한 대로 흘러가다 어느 순간 예상 밖의 벽에 부딪혀 멍하니 서 있는 그 느낌 말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던 시기에 비슷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익숙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낯설어지는 그 과정이, 영화 스트롱거를 보다가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실존 인물 제프 바우먼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보다 무너지고 버티는 과정에 훨씬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영웅 서사 뒤에 가려진 것, PTSD와 현실 적응이 영화를 두고 "감동적인 극복 스토리"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읽었습니다. 스트롱거는 오히려 극복보다 적응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폭발 직후 제프는 순식간.. 2026. 7. 17.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 (허상, 공허함, 관계) 성공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으셨던 적 있으신가요? 저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해외 생활을 하면서 정작 그 공식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2009년 개봉한 심리스릴러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바로 그 공식의 허점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작품입니다.화려한 외면 속 공허함 — 영화가 보여주는 허상펜트하우스 코끼리는 외관상 모든 것을 갖춘 세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민석, 금융 전문가 진역, 그리고 극심한 상실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현우. 이 세 인물이 각자의 방식으로 욕망과 외로움을 드러내면서 영화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현우가 비상계단에서 우연히 의사 장민정을 만나 속내를 털어놓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차라리 죽었으면 지.. 2026. 7. 16.
영화 그래 가족 리뷰 (삼남매 갈등, 가족 서사, 감동 포인트) 삼남매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처음 하는 일이 장례비 1/3 정산 선언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웃으면서도 어딘가 뜨끔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많은 상처가 쌓일 수 있는지를 이 영화는 첫 10분 안에 다 보여줍니다.오래된 상처가 쌓인 삼남매, 그 갈등의 구조영화 속 삼남매는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족 역기능(family dysfunction) 속에서 자랐습니다. 여기서 가족 역기능이란 부모의 경제적 무능, 방임, 또는 일방적 희생 구조로 인해 가족 구성원 간의 신뢰가 무너진 상태를 말합니다. 장녀 수경은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해왔고, 장남 성호는 빚과 사기 사이를 떠돌며 무능함을 반복합니다. 막내 주미는 알바로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아버지가 남긴 건 유산이 아니라 빚과, 아무도 몰랐던 .. 2026.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