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74

롱레그스 리뷰 (심리 스릴러, 공포 연출, 결말 분석) 불안이 유독 심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해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집 구하기, 아이 어린이집 등록, 새 일자리까지 동시에 처리해야 했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날에도 괜히 무언가 잘못될 것 같은 기분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 시절에 롱레그스를 봤습니다. 범인을 쫓을수록 오히려 자신이 무너져 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묘하게 낯설지 않았습니다.보이지 않는 공포가 심리를 무너뜨리는 방식롱레그스는 30년간 미국 전역을 뒤흔든 연쇄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FBI 요원 리 하커는 남들보다 뛰어난 직관, 즉 일종의 초감각적 지각(ESP, Extrasensory Perception)으로 수사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ESP란 오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정보 인식 능력을 뜻하며, 영화는 이를 초능력이 아닌 심리적 본능.. 2026. 7. 31.
정체 Faceless (정체성, 신뢰, 탈주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인상이 결국 틀렸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일본 영화 정체(Faceless)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탈주범의 이야기인데, 보고 나면 이상하게 그 인물을 미워하기 어렵습니다.겉모습과 실제 사이, 우리가 놓치는 것처음 만난 사람이 말수가 없고 표정이 없으면 대부분 경계부터 합니다. 저도 귀국 초기에 그런 사람을 만났는데,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그 사람이 제가 가장 어려울 때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친근하게 굴던 사람이 중요한 계약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자리를 피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 두 경험이 겹치면서 저는 사람을 볼 때 첫인상보다 행동 패턴을 .. 2026. 7. 30.
아폴로 18호 (고립감, 페이크다큐, 존엄)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인류의 공식 달 탐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18, 19, 20호 계획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격 취소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봤는데, 첫 장면부터 왠지 모를 불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들, 결국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달에 버려진 사람들, 페이크 다큐가 만든 현실감아폴로 18호는 파운드 풋티지(Found Footage) 형식을 활용한 공포영화입니다. 파운드 풋티지란 실제로 누군가가 촬영한 기록 영상인 것처럼 꾸며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으로,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나 클로버필드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영화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2011년 기밀 해제된 달 탐사 영상이라는 전제를 깔아두는 방식으.. 2026. 7. 29.
돈 텔 어 소울 (형제 갈등, 양심의 선택, 심리 스릴러) 같은 집에서 자란 두 사람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시기에 이 영화를 봤는데, 그 질문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돈 텔 어 소울은 형제가 빈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경비원을 구덩이에 빠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범죄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영화가 끌어당기는 건 사람의 심리입니다.형제 갈등이 보여주는 도덕적 딜레마일반적으로 영화 속 형제 갈등은 성격 차이 정도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이 영화의 형 맷과 동생 조이는 같은 환경에서 자랐지만 위기 앞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합니다. 경비원 햄비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맷은 그냥 넘어가자고 하고 조이는 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며 걱정.. 2026. 7. 27.
로물루스 나의 아버지 (이민자가족, 부모자식, 정신건강)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면 가족도 괜찮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해외에서 살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사랑과 이해는 다른 문제라는 걸 몸으로 배웠는데, 이 영화는 그 깨달음을 정면으로 건드렸습니다. 로물루스 마이 파더는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랑만으로는 지탱되지 않는 가족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이민자 가족이 감당해야 했던 것들로물루스는 루마니아 출신 이민자로, 호주 멜버른에서 철공소 일을 하며 아들 레이먼드를 키웁니다. 타지에서 뿌리를 내리는 과정, 즉 이주 적응(acculturation)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이주 적응이란 새로운 문화권에 편입되면서 언어, 관습, 정체성이 충.. 2026. 7. 26.
더 브리치 (폐쇄 공간, 생존 본능, 이차원 존재)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저는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시기에 이 영화를 봤는데,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씩 버텨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묘하게 와닿았습니다. 캐나다 오지를 배경으로 한 공포 스릴러 더 브리치는 단순한 괴물 영화가 아닙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폐쇄 공간이 만들어내는 공포의 구조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낯선 곳에 발이 묶였는데 탈출구도 없고, 믿을 사람도 불분명한 상황. 더 브리치는 바로 그 감각을 아주 정밀하게 건드립니다.영화는 강을 따라 홀로 떠내려오는 작은 배에서 시작됩니다. 그 안에 발견된 시신은 뼈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고, 손가락은 정상보다 두 개가 더 달려 있었습니다... 2026.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