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2월,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인류의 공식 달 탐사는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18, 19, 20호 계획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전격 취소됩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영화를 봤는데, 첫 장면부터 왠지 모를 불쾌함이 느껴졌습니다. '이 사람들, 결국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달에 버려진 사람들, 페이크 다큐가 만든 현실감
아폴로 18호는 파운드 풋티지(Found Footage) 형식을 활용한 공포영화입니다. 파운드 풋티지란 실제로 누군가가 촬영한 기록 영상인 것처럼 꾸며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연출 방식으로,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나 클로버필드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이 영화는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2011년 기밀 해제된 달 탐사 영상이라는 전제를 깔아두는 방식으로 관객을 끌어들입니다.
저는 공포영화를 꽤 많이 봐온 편인데, 파운드 풋티지 방식이 특히 효과적인 이유는 화면이 거칠고 불안정할수록 뇌가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영화 속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카메라가 잡아내는 달 표면의 질감이나, 무전기 노이즈, 우주복 내부에서 들리는 거친 숨소리는 그 자체로 상당한 긴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다만 EVA(Extravehicular Activity, 우주 유영 또는 선외 활동)를 진행하는 장면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점점 고조되는 방식은 잘 구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EVA란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밖으로 나와 달 표면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일체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 공간이 완전히 고립된 진공이라는 사실, 그리고 지구와의 교신이 끊기는 순간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공포의 본질입니다.
영화가 포착한 이 영화의 핵심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파운드 풋티지 형식으로 만들어낸 다큐멘터리적 현실감
- 달이라는 완전히 고립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압박
-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소모되는 비행사들의 존엄성
-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를 화면 밖에 배치하는 연출 방식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LM(Lunar Module, 달 착륙선)의 내부 상황을 설명하는 서사가 약해지고, 관객이 스스로 상황을 추론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집니다. 여기서 LM이란 사령선과 분리되어 달 표면에 착륙하고, 임무 완료 후 다시 우주로 올라가는 소형 우주선을 말합니다. 이 설정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니, 후반부의 긴장감이 분위기에만 의존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낯선 환경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건 사실 외계 생명체가 아니었습니다. 극도로 낯선 환경에 놓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무너지는가, 그것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거의 모든 것을 새로 적응해야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언어도 익숙하고 음식도 아는데, 정작 일상의 감각이 맞지 않아서 작은 일에도 혼자 여러 번 확인하고, 별것 아닌 소리에도 괜히 긴장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 벤과 네이트가 시료 통 밖으로 나와 있는 암석 샘플을 발견하고 서로 눈치를 보던 장면이 그 기억이랑 묘하게 겹쳤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각 과민화(Hypervigilance)라고 부릅니다. 감각 과민화란 위협적이거나 불확실한 환경에 노출됐을 때 뇌가 자동으로 주변 자극에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영화 속 두 비행사가 아무 설명 없이 들려오는 노이즈에 집착하고, 없어진 깃발 하나에 극도로 반응하는 것도 이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달이라는 공간이 워낙 이질적이기 때문에, 작은 이상 징후 하나가 공포 전체를 견인하는 방아쇠가 됩니다.
그래서 영화가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이 외계 생명체인지, 아니면 국가에 의해 소모되는 개인인지를 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두 가지가 함께 작동한다고 봅니다. 국방부는 달에 무언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비행사들을 보냈고,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귀환을 막습니다. "당신은 나라와 인류를 위해 위대한 일을 해냈어"라는 대사는 그 상황에서 가장 차갑게 들리는 문장이었습니다.
NASA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아폴로 계획에는 약 400,000명의 인력이 투입되었고, 아폴로 17호까지 총 12명의 인간이 달 표면을 걸었습니다(출처: NASA). 이 숫자 뒤에 존재하는 개인의 공포와 판단, 그리고 생존 본능은 역사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영화는 그 빈칸을 채우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주 공간에서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어 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장기 격리 심리 연구에서도 밀폐된 공간과 통신 제한이 인지 능력과 정서 조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출처: NASA Human Research Program). 영화 속 네이트가 후반부에 보여주는 행동 변화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한 호러 연출이 아니라 꽤 정확한 심리적 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아이를 키우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예전처럼 조급하게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경험으로 알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용감한 사람이 버티는 게 아니라, 끝까지 판단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아폴로 18호를 두고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으로 많은데, 저는 그것이 의도적인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무섭고,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 영화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쪽에 가까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공포물 이상의 무언가가 담겨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우주 공포물이나 페이크 다큐 장르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아폴로 계획의 역사적 배경을 간단히 찾아보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그 맥락 위에서 보면 영화의 마지막 자막이 훨씬 무겁게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