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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22

곡성 10주년 (외지인, 믿음과 의심, 공성전) 곡성이 개봉한 지 올해로 10년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도 인터넷 커뮤니티 어딘가에서는 "무명이 선인가 악인가", "외지인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 결말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해서 한동안 머릿속에서 장면들을 계속 되돌렸습니다. 10년이 지나도 해석이 갈리는 영화, 도대체 곡성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걸까요.외지인은 단순한 악령이 아니다영화 속 외지인을 처음 본 관객이라면 "그냥 나쁜 귀신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다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합니다.초기 시나리오에 따르면 외지인의 이름은 나카무라 히데오시로, 일본에서 수십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1946년 한국으로 도주한 인물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2016년을 기준으.. 2026. 7. 19.
영화 호프 리뷰 (세계관, 외계인, 결말)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이 손을 잡는 순간, 문득 조르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다 보니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이야기가 단순한 SF 설정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인간과 외계인의 충돌을 다루는 액션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를 계속해서 뒤집는 작품입니다. 엔딩을 보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는데, 그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피해자와 가해자, 영화가 관점을 뒤집는 방식영화를 처음 볼 때만 해도 저는 당연히 인간 편이었습니다. 바미기르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장면은 직관적으로 공포스럽고, 그가 괴물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깁니다. 그런데 냉동고 안에서 칼리의 시신이 발견되는 순간, 영화가 만들어 놓은 전제가 완전히 무너집.. 2026. 7. 18.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시간여행, 후회, 현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해외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 질문을 꽤 오래 붙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보았고, 두 시간 내내 그 질문을 스크린 위에서 다시 마주해야 했습니다.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빌려 사랑과 선택, 후회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이 영화가 그리는 시간여행의 구조영화의 중심에는 외과 의사 수연이 있습니다. 2015년 캄보디아 의료 봉사 중 한 노인에게 받은 알약이 그를 30년 전인 1985년으로 데려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알약이 시간여행의 트리거(trigger), 즉 사건을 촉발하는 장치가 되는 셈입니다.제가 직접 보면서 흥미로웠던 건, 이 영화가 단순히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2026. 7. 12.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폐쇄공간, 집단불신, 인체실험) 오래된 시골 마을에서 며칠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낮에는 평화롭고 조용한 풍경이었는데, 밤이 되니 그 고요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극락도 살인사건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외딴섬이라는 폐쇄공간에서 벌어지는 살인, 흔들리는 신뢰,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까지 — 이 영화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닙니다.폐쇄공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영화는 처음부터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합니다. 극락도는 이름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으로 시작하지만, 살인 사건이 터지는 순간부터 그 공간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뀝니다. 배가 그대로 있다는 사실, 즉 섬 밖으로 나간 사람이 없다는 설정이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범인은 이 섬 안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여기서 '폐쇄공간 서사(Closed Circle .. 2026. 7. 5.
영화 불신지옥 (심리공포, 미장센, 신내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귀신 영화라고 해서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들만 기대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사람들이었습니다. 영화 불신지옥은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데뷔작으로 내놓은 작품으로, 장화홍련, 곡성과 함께 한국 공포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귀신보다 사람이 무서운 영화가 있다면, 바로 이 작품입니다.불안을 쌓아가는 미장센, 귀신보다 더 오래 남는 것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어두운 복도, 꽉 막힌 방 안. 영화는 갑작스러운 공포보다 이런 배경을 통해 불안을 천천히 쌓아 올립니다. 미장센(mise-en-scène)이란 프레임 안에 담기는 모든 시각적 요소, 즉 조명, 배경, 소품, 배우의 위치 등.. 2026. 7. 1.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고독, 단절, 감정노동) 코로나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을 때, 저도 처음엔 그저 쉬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락을 미루는 게 습관이 됐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습니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시절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가 불편하게 와닿은 건, 주인공의 모습이 낯설지 않아서였습니다.혼자라서 편한 건지, 혼자일 수밖에 없는 건지주인공 지나는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입니다. 점심은 늘 혼자 먹고, 후배가 따라붙으려 하면 자리를 피하고, 귀에는 항상 이어폰이 꽂혀 있습니다. 혼자가 편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두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하는데, 한쪽은 진짜 혼자가 좋아서이고, 다른 쪽은 사람에게 너무 많이 치여서 방어막을 친 경우입니다. 지나는 분명히 후자에 가깝습니.. 2026. 6. 24.